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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bers, 또는 나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불 꺼진 다리미라 쓸 곳이 전혀 없어
가만히 피릿대로 꺼진 재를 헤쳐 보네
/금오신화 이생규장전, 김시습

 

마이크 올드필드를 처음 들었을 때는 충격이었다. 희로애락이 그대로 담긴 듯한 튜뷸러 벨즈의 어떤 부분에 빠져들었고, 초기의 세 앨범에 대해서도 비슷하니 그랬다. 이후의 몇몇 소품들도 나름 괜찮았지만 더이상의 새로움을 찾기는 힘들었다. 그의 음악적 여정은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도전으로 시작했으나 그를 발탁한 버진의 리처드 브랜슨과는 달리 예상된 항로를 벗어나지 않는 패턴으로 고착되어버린 듯한 아쉬움이 있다. 그런 이유로 해서 guitars 앨범을 들었을 때도 꽤 실망스러웠고 피상적인 감상으로 흘러가는 듯한 embers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그의 음악이 아주 내 마음을 떠나지 않은 것은 그 싸구려 같은 느낌에서조차도 나름의 매력이 느껴지는 까닭이다. 일렉트릭 기타가 신세사이저처럼 들리는, 그리고 베르사이유 궁전의 인트로를 생각나게 하는 이 라이브가 그렇다. ember는 장작이나 숯이 타다 남은 것을 의미하는데 ‘잉걸불’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고 잠시 활활 타올랐으나 이후 길고 밋밋하게 사라져가는 ‘잔불’ 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이 노래의 느낌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또는 나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embers, mike oldfield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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