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지금 이 기분”을 대신할만한 노랠 생각하는데 실없이 시간을 보내곤 한다. 오늘도 숱한 후보들이 있었으나 모두 사라졌고 뜨라두지르-씨 traduzir-se가 귀에 들어왔다. 이것이었다. 이 노래의 가사가 페헤이라 굴라르의 시에서 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이 복잡하게 생겨먹은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몰랐다. 굴라르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 다큐멘터리를 통해서였으나 번역 자막이 없었던 까닭에 그에 관해서도 얼굴과 이름 정도만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참으로 극적으로 굴라르에 관한 논문을 찾게 되었고 거기에 ‘번역’이 있었다. 번역할 수 없는 오늘 이 마음에 유일한 위안의 순간이 있었다면 바로 그것이었다. 굴라르의 구체시에 관해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번역>으로 충분하였다. 뜨라두지르-씨, 도무지 번역할 수 없는 괴로움에 일조하기 위하여.
나의 일부는
모든 사람이고
다른 일부는 그 누구도 아니다
끝없는 심연
나의 일부는
군중이고
다른 부분은 낯설음과
고독
나의 일부는
곰곰히 무언가를 생각하고
다른 일부는 미쳐간다……(후략)
/번역, 페헤이라 굴라르, 이승덕 역.
( 2016년 12월 ㅡ 굴라르는 내가 그의 ‘번역’을 읽기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났다.)
/raimundo fag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