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힙합가수팀이 최근의 시국과 관련하여 ‘수취인분명’이란 노랠 만들었다. 제목에 관해서만 말하자면, 더할 수 없이 절묘했다. 내가 좋아하고 언제나 추구해온 방식처럼 최소한의 변형으로 전혀 반대의 의미를 만들어낸 좋은 시도였다. 하지만 제목이 너무 성공적이어서 자기네들끼리 킬킬대다 막 나간 것인지 가사는 한마디로 실패였다. 굳이 케슬러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풍자란 타겟을 적나라하고 무지막지하게 찔러대는 것이 아니라 슬쩍 비켜나가야 하는 법인데 전혀 그렇지가 못했던 것이다. ‘노골’이 ‘no goal’을 초래했다고나 할까…… 제목이 ‘분명’이었으면 가사는 살짝 ‘불명’이어야 했는데 말이다. 결국 그들은 예상치 못한 반대에 부딪혀 예정된 무대에서 노랠 부르지도 못했다. 불명이 분명을 자연스레 정의해주는 법인데 너무 분명하여 불명이 되었다.
/2016.12.01 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