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구석은 하나도 없었다 ㅡ 한 주일에 두어 번, 궁상맞은 인생이 사무실서 밥을 짓는다. 도시락도 갖고 다녀봤고 사먹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래저래 여의치가 못한 까닭이다. 이자와 웃음, 글도 약도 마무리까지도 짓는 것이랑은 담을 쌓고 지내지만 밥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압력밥솥이 밥이 되어도 삐삐삐 소리만 낼 뿐 김을 뿜어내지 않아 밥솥의 추를 손으로 젖혀 증기를 뺐다. 자동으로 되지를 않았을 뿐 그래도 밥은 멀쩡하게 잘 되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밥 짓는 동안 뚜껑 여기저기로 김이 보이는가 싶더니 밥이 다 되어도 아예 압력이라고는 없다. 아마도 뚜껑에 문제가 생겨 밥이 되기도 전에 김이 다 빠져버리는가 보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사용한 것도, 그렇다고 험하게 쓴 것도 아닌데 고장이라니 좀 억울해서 아직은 그대로 쓴다. 압력이 사라진 채 부족한 열만으로 된 밥은 뜸이 덜 들어 먹기에 좋지 않다. 설익은 쌀과 단단한 콩을 씹는 동안 사라져버린 압력이 불편한 속을, 이르고도 허전한 오후를 얼기설기 채우고 있다. 닮은 구석은 하나도 없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