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부끄럽지만 어찌 못할 일, 그것이 ‘투데이’란 뜻은 아니다만 겪고 싶지 않았던 오늘이 곁에 있음을 실감하곤 한다. 청춘시절부터 그리고 꿈꾸었던 것들이 어쩌면 현실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리 되지 못하는 것도 운명이었는지 모든 것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왔고 지난 10여년은 더욱 그랬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대단한 무엇인가를 바란 적은 정말 없었다. 나타샤를 그리는 당나귀의 꿈이라면 모를까, 어찌 좀 고지식한 느낌이 풍기는 장만영의 사랑보다는 그냥 단 둘이 살자던 최헌의 순아가 나는 좋았다. 비슷한 이유로 패러다이스에서 그녀의 눈동자를 그렸다. 코팅된 컬러 사진 ㅡ 소피 마르소 같은 책받침의 여왕이 알록달록한 문구점에서 빛을 발하던 시절, 그 한 귀퉁에 지금은 거의 잊혀진 이름이 있었다. 그녀의 영화도 들여다볼 눈빛도 알지 못하지만 그녀의 노래는 가끔 생각이 난다 ㅡ 순아처럼. 노래하는 모습은 여전히 새파란 청춘인데 누군가는 새파랗게 질린 채 어느 하늘 아래 낯설은 주소에서.
/parad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