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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season has an end

토요일이라 느긋하게 밖엘 나가는데 경비 아저씨는 봄이 다시 돌아온 것 같다며 말을 붙였다. 그러고보니 은행잎, 벚꽆잎도 거의 다 떨어진 것이 가을 풍경 한번 제대로 감상도 못하고 지나가는 판인데 하루 이틀 좀 따뜻하다고 봄이 오지는 않을 것이니 끝이 있는 법이려니 한다. 누군가에겐 다시 오지 않는 봄일테고……

어제 그리고 오늘 찔끔찔금 해서 브로큰 플라워를 다시 한 번 봤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먹지 않은 여인의 목소리는 싸고 달달한 커피처럼 쉽사리 심금을 울렸다. 이상하게 이 영화를 생각하면 영화의 주제나 상징, 또는 의미를 확정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곤 한다. 마치 시리어스 맨의 랍비의 이야기처럼 낱낱이 이유를 따질 필요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예를 들자면, 누가 돈 존스톤에게 옛 애인들을 만나도록 부추기는 편지를 썼는지, 또 누가 진짜 그의 아들인지 등등에 대해서도 그랬다. 다만, 아들에 관한 것은 카를로스 카페 뒷켠에서 샌드위치를 먹은 청년이 아니라 마지막 장면에서 폭스바겐 비틀을 타고 지나가던 동승석의 청년이 아들인 듯 싶다. 그것에 관한 근거는, 그 청년이 빌 머레이의 실제 아들이라는 점과 그 차안에서 물라투 아스타케의 뽕짝 음악이 흘러나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그것은 ‘가십’ 같은 것이지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나로 말하자면 그가 페니의 집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에서 까닭모를 동병상련의 느낌 같은 것을 받았을 뿐이다.(그런 경험은 결코 없었지만.^^) 눈두덩이와 얼굴 여기저기의 상처를 밴드와 썬글라스와 무표정으로 엉성하게 가렸으나 그다지 숨길 수도 없는. 과거는 흘러갔고 미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우리가 가진 것은 현재뿐이라는데 그렇다면 나는 “아이 후 해브 낫씽” 같아 의미심장하지만 텅빈 심장인양 흘려듣고 싶었다. 꽃분홍 편지도 순이 사진 대신 가슴에 품었던 민들레꽃 카드도 없이.

영화에 사용된 음악은 홀리 고라이틀리의 몇몇 노래와 국적을 초월한 뽕짝 음악 같은 물라투 아스타케의 이디오피아 재즈, 그리고 브라이언 존스타운 매스커의 노래도 포함되어 있다. 엘 뱅뱅이 어디쯤에서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물라투 아스타케와 비슷한 느낌이라 더 자연스레 넘어갔는가 보다.

 

el bang bang / jackie mittoo & the skatalites

 

there’s an end / greenhornes + holly golightly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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