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메, 막 피는 접시꽃 새하얀 매디마다
감빛 돛을 올려라
오늘의 아픔 아픔의 먼 바다에/박용래
아마도 내가 열일곱, 열여덟 때였을 것이다.
늦은 밤 라디오에서 해상 일기예보를 전할 때 이 곡이 나왔다.
“이즈하라, 소나기 / 눈.”
나는 방에 앉은 채 어딘지 모를 먼 바다를 떠도는 것 같았고
이국의 낯선 지명이 겨울 바다 너머로 따스하게 들렸다.
조그만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와 내 가슴을 적시던
물방울 같은 일렉트릭 피아노의 느낌을 잊은 적은 없었다.
결코 알지 못한 바다의 작은 소녀를.
+이 곡은 (좀 엉뚱할지도 모르지만) stranger than fiction에도 나왔다.
‘존 말코비치 되기’의 경우처럼 상당히 특이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는.
/2015. 10. 16. 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