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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빌린 시집 外

프로스트 시집을 빌려 오려 했는데 알고보니 ‘미국 대표시선’으로 지은이는 ‘프로스트 外…’였습니다. 초겨울의 공원 벤치에서 잠시 책을 펼쳤는데 포우가 나와서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늘 列의 外인 사람이다 보니 外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나 봅니다. 하지만 좀 더 읽어보니 순간의 실망보다는 처음 보는 이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월러스 스티븐즈는 선시 같은 느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에즈라 파운드의 삶이 두 줄로 축약되어 실려 있었고 하와이에 사는 재미교포 시인의 결혼 이민사에 관한 시에도 눈이 갔습니다. 잘못 빌린 시집에서 내가 알지 못했던 다른 세계를 아주 조금 엿본 것이겠지요. 그럼 얼마나 많은 잘못들이 내 뒷전에 내 안에 박혀 있었는지 다시 또 생각합니다. 잘못 간 길, 잘못 쓴 시, 내 짧은 걸음들이 만들어낸 숱한 잘못질들에서 그런 이적이 있기를 바랄 수는 없겠으나 에이드리엔 리치의 이야기는 적이 위로가 되었지요. 당신이 멈춰선 그곳은 당신만큼 헐벗고 읽을 만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기에 당신이 이 시를 읽는다는 걸 난 압니다.+ 어쩌면 가지 않았을 길,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질 수는 없지만++ 짙은 청바지 같은 표지를 지닌 잘못 빌린 시집이 그 바깥의 내게 말해주었어요.

 

+헌사, 에이드리엔 리치.
++프로스트.
/2015.12.06. 23:47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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