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내가 궁금해하는 기억 속의 많은 것들을 지난 수십년간 pc통신/인터넷/모바일폰을 통해 찾아내었다. 무척 반가운 것들도 꽤 있었지만 이들의 복원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다.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은 여기 합당치 않겠지만, 알지 못함과 찾을 수 없음이 때로는 더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전 오래 전에 봤던 어떤 영화의 장면이 문득 생각났다.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대목으로, 쓰레기더미가 쌓인 바람 부는 섬(?) 같은 곳에서 주인공이 바다를 향해 머리칼 휘날리며 앉아 있던 모습이었다.(단지 내 기억일 뿐, 실제로 이런 장면이 있는지 자신할 수는 없다.) 영화 속의 애니메이션은 그만큼 극단적인 방식은 아니었지만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어딘지 <더 월>을 연상케 하는 것이었다. 유치함이 뒤섞인 어린이용 모험영화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애니메이션의 느낌이 무척 좋았고 무엇인가 멋진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워낙이 오래 전에 봤던 것이라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데 어렵사리 찾아내어 오늘 그 영화에 관해 ‘읽은’ 바로는 알랭 들롱이 애니메이션 작가로 나왔고 마치 에셔의 그림에서처럼 만화의 세계를 들락거리며 일어나는 사건들을 줄거리로 하고 있었다. 영화의 제목은 <패시지>였다.
그리고 subconscious-lee+, 나는 최근에 이 영화가 갑작스레 생각난데는 나 안의 어떤 숨은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retrospection(회고)’인지 ‘tautology(유어반복)’인지 아니면 조금 서글픈 이유이거나 합리화일지 알 수 없지만 지금처럼 마음이 고초를 겪을 때 ㅡ.
le passage, the passage, 1986 / alain de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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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koni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