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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k. b. ◎

rkb+2

 

얼마 전에 처음으로 본 사진 ㅡ 내게 청춘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한심하지만 주민등록증상의) 청춘 시절에 나를 매혹시켰던 어떤 이의 어릴 적 사진이다. 침팬지와 나란히 앉아서 즐거워 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음악 보다는 사람 그 자체, 어이없이 무너져버린 정신과 삶이 그때는 어찌 그리도 마음을 끌었는지 모르겠다.

음악을 떠난 그는 칩거하며 그림을 그리고 간단한 가구들을 직접 만들고 학창시절의 전공 분야로 돌아간듯 (책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 미술사에 대한 글을 꾸준히 썼다고 했다. 스스로 작곡하고 노래한 옛 음악들을 그저 시끄럽다고 여겼으며, 지나가버린 시간들과 자신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70년대 초, 대중음악계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리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는 50마일(80km 가량)을 걸어서 어머니의 집에 당도했고, 이후 그는 과거가 없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다가 떠난 것이다.

엊그제 우연히 본 사진, 이 환한 표정의 아이 얼굴을 보니 새삼 마음이 좀 쓰렸다. 그가 머리숱 없는 뚱뚱한 동네 아저씨가 되어 헐렁한 옷을 입고 비닐 봉지를 든 채 거리를 거닐던 모습을 처음 봤었던 1998년 무렵처럼, 또는 내 어린 시절의 사진을 다시 들여다 볼 때의 느낌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그의 나머지의 삶이 자신에겐 소중하고 의미있는 것이었다고 믿고 싶다. 노인 부부의 변사를 황혼의 멋진 선택으로 해석해낸 토니 스캘조나 그것을 다시 시로 만들어낸 이창기처럼 드라마틱한 무언가를 각색해낼 수 없어 뭔가 빚을 진듯한 느낌이지만.

뉴턴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의미있는 업적을 만유인력의 법칙 발견이 아닌 (남들이 그만큼 알아주지 않는) 성경 연구로 믿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의 경우에도 자신이 진실로 원하던 것, 뒤늦게 알게 된 자신의 삶의 의미에 한껏 몰입하며 살았다고만 믿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실현 가능한 상상이 있다면 그를 위해 아니, 나 자신을 위해 무엇인가 쓰고 싶다. 여기 있었노라고 노래하기에 ‘너무 먼 별’이었던 그의 삶을 관통하는 어떤 빛에 관하여.

 

Self-Portrait2-400
sefl portrait, 1960s.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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