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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ow weep for me

오래 전이다. 텔레비젼에서 이 영화를 본 것은. 그리고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 장면을 제외하고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대목조차도 기억나는 것은 전혀 없다. 다만 이 부분을 볼 때의 느낌을 여태 갖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며칠 전 다시 봤을 때도 꼭 그대로였다.

위핑 윌로우여서일까…… 윈스턴 스미스의 ‘황금의 나라’, ‘쥴리아 드림’, ‘튜더 롯지’, 그리고 ‘버드랜드의 자장가’와 ‘오델로’에 이르기까지 왜 ‘willow’란 단어에 대해 각별한 느낌을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열아홉 아니면 스무살의 어느 여름날, 조금 늦은 오후 낮잠을 자다 깨어났다. 그런데 가구들이 조금 다른 빛깔처럼 보였다. 마치 방 전체가 물에 잠기었다가 나온 듯했다. 모든 가구들이 물에 젖은 듯 조금씩 더 짙어진 느낌이었는데 무엇인가 영롱하고 아름다웠다. 특히나 옷장의 어두운 갈색 빛깔이 너무도 매혹적이어서 계속 그것만 쳐다보며 누워 있었다. 일어나거나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면 사라질 것 같았던 그 빛깔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누워 있었다. 그리고 내겐 있지도 않은 쥴리아를 그리며 위핑 윌로우를 생각했다. 나는 그것이 내가 봤던 빛깔의 이름이려니 했다.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던 윌로우 송의 빛깔도 비슷하였다.

“the poor soul sat sighing……”

 

willow song / irène jacob

무치

데.호따.무치

2 thoughts to “willow weep for me”

  1. 어느날은 방에 누워 있는데 방의 천장이 점점 줄어드는것 같았어요.
    그게 계속 줄어드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이러다가 제가 찌그러질것 같았지요.
    꿈도 아니었는데 언제나 현실이 꿈처럼 이렇게 제게 다가오곤 합니다.
    어느것이 꿈이고 현실인지 이젠 확인할수 없으니 그냥 나의 꿈이자 현실이구나 하면서 몽롱한채 지냅니다.
    물에 잠긴것처럼 가구들이 선명히 예쁜 색으로 보인적이 있는데 글쎄요 꿈이었을지 모르겠어요.
    그러한 느낌을 잊고 사는게 싫네요. 다시 그런 느낌을 가지고 싶어요.
    꿈이라도…

    1. 빛깔에 대한 인상적인 다른 기억은 아주 어릴 적의 것으로
      친척 형의 리어카를 타고 갔는데 우물 같기도 하고 연못 같기도 한 것을 보았습니다.
      그 속에 넘칠 듯 담긴 물이 어찌나 새파랗던지 거의 형광빛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릴 적엔 그게 실제의 기억처럼 생생했는데
      이제는 어떤 흐릿한 기억의 잔영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짙어진 가구의 빛깔을 바라보던 느낌도 지금은 아득합니다.
      천장이 낮아진다면 답답하기는 하겠지만 어떤 포근함 같은 것이 있을 것도 같네요.
      그게 꿈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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