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떠날 시간이야. 척박한 나스카의 평원을 혼자 지나왔어. 나그네를 평안케 하는 버섯을 얻어왔지. 외로운 가슴마다 엘도라도의 빛을 주는 환영을 만나고 왔지.
꽃수 자수 긴치마에 검은 머리 여인이 태양의 처녀인양 춤을 추었어. 아카풀코에서 티후아나까지 안데스의 나비처럼 훨훨 날아올랐어. 몹시도 귀에 익은 그 노래, 플라멩코 가락 따라 반도네온의 아련한 소리가 돈 후안의 약초처럼 내 가슴에 불을 붙이고 있었지.
오래된 흙빛 탁자에 취해 엎어진 나는 홀로 마추픽추의 정원을 거닐다 희박한 대기 속에 떨고 있었어. 낡디 낡은 잉카의 조교弔橋가 위태로운 계곡에 걸려 있었어. 암흑보다 더 짙은 우림을 향해 끝없이 비는 퍼부어대었지. 면도칼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잉카의 성벽이 내 한숨에 무너지고 있었어.
이제 떠날 시간이야. 바닷가 모래밭에 하얀 눈물 뿌리며 다시 돌아오마던 깃털 달린 뱀 께짤꼬아뜰의 사라져버린 전설이었어. 스페인에 금과 은의 방을 내어준 아타왈파처럼 나는 가진 게 없어. 주인을 잃어버린 마야의 도시처럼 텅텅 비워버렸어.
어느 맑고 푸른 날 허기진 마음을 코카 잎사귀로 달래다 나는 떠났어. 내 가슴은 아즈텍의 심장처럼 흑요석 고운 날에 기꺼이 뜯겨나갔어. 아카풀코의 황금빛 꿈을 다시 보기 위하여.
i will hide and you will hide
and we shall hide together here
underneath the bunkers in the row.
i have water i have rum
wait for dawn and dawn shall come
underneath the bunkers in the row.
underneath the bunker, r.e.m., 1986
/2000.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