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낡은 음악책입니다. 음… 세광출판사 1976년 판이네요. 값 700원. 내가 좋아하는 뱃노래도 있고, 알지 못하는 구노의 세레나데도 있습니다. 머나먼 이국땅의 우스쿠다라도 있고, 페르시아 시장의 꿈도 보입니다.
우아한 가곡과 세레나데가 흘러나오는 창문 앞을 지나면 라 쿠가라차의 행진도 있고, 라 스파뇨라의 애수도 있습니다. 재미있었던 ‘냉면’의 추억도 있고, 중학교때 즐겨 불렀던 밀밭에서도 있습니다.(밀밭에서 너와 내가 서로 만나면 키스를 한다 해도 누가 알랴…)
라 쿰파르시타의 정열은 어디 있나요. 베사메무초의 꿈은 어디 갔나요. 빠리의 다리밑을 생각하고, 어찌 ‘제일 파프’ 파스 냄새가 나는 워싱턴 광장도 있습니다. 진주조개잡이의 아름다운 배꼽이 있고, 나 같은 케 세라 세라도 있습니다. Home to the green fields and me once again의 꿈의 그린 필드에서 고향과 사랑을 떠올립니다.(I only know there’s nothing here for me, nothing in this wide world…) 해는 져서 어두운데… 그것은 사무친 고향 생각이었고, 맥스웰 하우스 커피를 떠올리게 되는 홍하의 골짜기를 휘파람으로 불었습니다.
테네시 왈츠에 맞춰 통나무 같은 내가 춤을 출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금지된 장난의 클래식 기타 소리가 있고, 자나 깨나 너의 생각, 가슴 아픈 Flee as a Bird가 있습니다. 마이 보니를 bring back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만 알로하 오에의 산들바람 같은 꿈을 꿉니다.
Moon River가 중절모를 쓴 그림자로 흘러들어 옵니다. 국민학교때 정말 물고기의 추억으로 알았던 매기도 있고, 클레멘타인을 찾는 아버지가 있고, Der Tannenbaum과 Old Black Joe 같은 ‘교과서적인 분위기’도 찾을 수 있습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위한 노래도 있고, Summertime의 진득한 꿈도 흐릅니다.
커다란 꿀밤나무 밑에서 “내 그대를 팔고 그대 나를 팔았네”가 아니라 그대하고 나하고 정다웁게 얘기합니다. 커다란 꿀밤 나무 아래서.
국민학교 때 무척이나 좋아했던 김대현의 자장가와 마치 교포처럼 고향을 둘러보는 상상을 했던 옛동산에 올라도 보입니다.(옛 시인의 허사인양 그 소나무는 ‘버혀지고’ 없습니다.)
하지만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면 신나게 해리 베라폰테의 마틸다를 불러 봅니다. 그렇지만 ‘환희의 송가’는 강한 일렉 기타의 ‘치유불능’으로 자꾸만 들립니다.
제임스 딘과 자이안트가 힘차게 울려퍼지면 환자는 사라지고 나는 열심히 꽁당보리밥을 먹으면서 동네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학생 애창 365곡집.
“거리의 아가씨를 익숙한 솜씨로
달콤한 사랑으로 꼬여 내려고
날씬하게 차리고서 나아갔더니
아가씨에 걸려든 것은 총각이었다네”
아름다운 Usku Dara의 꿈이었습니다.
/1999.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