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판을 따라 음악은 흘러간다. 추억 같은 흠집, 흠집 같은 추억이 잡음으로 돌아가고 있다. 낡고 오래된 복사판 레코드 위에 떨어지는 비, 레너드 코헨의 ‘Famous Blue Raincoat’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뮤즈는 죽은 지 오래, 잡음처럼 비가 내림을 나는 알고 있다. 낡은 필름 위에 내리는 비, 잡음처럼 내리는 비, 조잡스런 색채로 연출되는 비극 속에서 비는 내린다. 너는 누구인가, 어두운 오후의 실내에 비가 내린다. 지금껏 들어왔던 모든 다른 소리는 그 잡음을 위한 배경음이 되었다. 나는 잡음을 향하여 마음을 집중시킨다.
머리카락은 결코 젖어드는 법이 없지만 너는 누구인가, 잡음처럼 비가 내린다. 레코드판을 따라 음악은 흘러간다. 내가 가진 책들은 닳아 없어졌다. 기억은 보다 거대한 망각을 위한 장치, 내몰린 세포들의 아우성처럼 잡음이 들린다.
잡음이 음악이다. 번잡한 시장을 지나가는 소리들, 툴툴거리는 먼지투성이 삼륜차의 경적 소리, 물건값을 깎는 소리, 무엇인가 삐걱대는 소리, 칼질하는 소리, 다투는 소리, 곡마단의 나팔 같고 북 같은 소리를 나는 듣고 있다. 그 소리는 아득하게 나를 일깨운다. 아니, 나를 좀더 먼 곳으로 몰아세운다. 또 꿈을 꾸듯 혀를 깨물지 몰라. 또 꿈의 음악실에서 누군가의 손을 마주잡고 온 마음을 이어갈지도 몰라…… 낡고 오랜 복사판에 쏟아지는 비, 전기가 끊어져버린 침침한 오후에도 레코드판은 돌아간다. 잡음처럼 내리는 빗속에서.
그러네요. 잡음이 음악이에요.
잡음들이 기에 내내 들리고 있어요.
흠집같은 추억들로 흠집이 나버린 가슴속에도 잡음이 들립니다.
달만이 고요히 다가옵니다.
고요한 침묵의 달이 눈앞에 보입니다.
오래 전의 일들, 이제는 다 아물었으려니 합니다만
감당할 수 없는 결과들이 여전히 서글픈 위력을 발휘하곤 합니다.
모든 좋은 기억은 뒷전으로 밀리고 잘못이나 상처만 남는 순간 말입니다.
아마도 여기 올린 시/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러고보니 제트님, 달에 대한 느낌이 매우 각별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