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한봉지 씨를 뿌렸네
놀라운 그녀를 온실에 심어둔 거야
그러면 싹이 나고 줄기가 생겨 잘도 자라지
아름다운 여인이 되지
내가 원했던 것은 식물 같은 여자
아름답고 착하고 순종하는 식물 같은 여자
원할 땐 뭐든 다 들어주는 동물 같은 여자
그녀는 결혼을 위해 식물이 되지
그녀는 아기를 위해 식물이 되지
그녀는 버림받지 않기 위해 식물이 되지
내가 오직 원했던 것은 그런 식물성,
식물의 주인은 제멋대로 분재를 하네
주인은 마음대로 가지치기를 하네
주인은 잊어버리고 때론 죽여버리네
관상용 식물에 마음을 뺏기고 있지
꽃피는 난초들 속에서 담배를 끊기도 하지
하지만 꽃이 지면 또 잊고 없애버리지
오 또다른 노란 떡잎이 자라고 있네
어린 주인과 어린 식물이 형제처럼 자라고 있네
그녀는 다이어트를 위해 식물이 될 거야
그녀는 또다른 사랑을 붙들기 위해 동물이 될 거야
그녀는 또다른 식물의 엄마가 되어
또다른 어린 주인을 키워간다네
그녀의 눈물 같은 무수한 낙엽
그 희미한 잎맥만이 길의 끝을 알고 있다네
mister.yⓒmisterycase.com, 1999. 3. 1.
저는 제가 온실속의 화초라 생각하고 있어요.
온실밖은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라 감히 나갈 생각도 못하곤 하는거지요.
그 모습은 서글픈 낙엽을 보는것 같았답니다.
겁쟁이라곤 못하고 화초라 말하는 이 마음이..
어쩌면 이 온실속이 더 위험했을수도 있었는데도 발이 없는것처럼 걸어나가질 못했죠.
달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는데 그저 물끄러미 보는거지요.
쫓아갈 생각은 못하고.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이 온실은 포근합니다.. 서글프게도..
저에게도 그런 것이 있지요.
어쩌면 누구나 각자의, 온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전혀 다른 사연의 전혀 다른 모습으로요.
또 어쩌면 이것이 과연 온실일까 할 수도 있겠지요.
가장 기구하거나 가장 비현실적인 것이
바로 나 자신을 둘러싼 작은 세계일 때 말입니다.
(여전히 ‘댓글 승인’이란 얄궂은 문제가 있네요. 그래서 일단은 다른 설정을 해봤습니다.
한번 승인 받은 사람은 그대로 보이는 쪽으로요.
다음에 포스트에 댓글 쓰실 경우에 글이 바로 올라오는지 확인 부탁드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