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신비가 감돌고 있었지
그에게는 유리창에 부딪힌 파리의 꿈이 있었지
화장실로 달아나야 할 신비가 있었지
그는 빈털터리 Mister……y
쿵쿵 가끔씩 가슴 안쪽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지 녹음할 수도 없고 들려줄 수도 없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테니 어쩌면 다들 비슷할지도
몰라 행여 다른 몰골을 각성케 하는 거울이 있었지 결단코 전혀 닮지 않은 형제를 보았지 인적 끊긴 해양수족관을 두리번거리던 날 전시관의 미로를 답답한 마음으로 걸어 다녔어 삶이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을 때 쿵쿵 내 바깥에서 똑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 꼭 내 몸통만한 바다거북 두 마리가 좁은 수족관에 머리를 쥐어박고 있었지 그 놈들 목숨이 그토록 질길까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 나온 것은 아니지만 내 뒤통수를 때리던 그 소리와 눈빛은 거울 같았어 그렇게 좁은 수족관에서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들은 부딪히고 있었던 것이지 결코 용서받지 못할 단절 나는 차라리 그놈들 머리가 깨어지길 바랐는지도
몰라 겨울 햇살 비추는 창가에 서면 비슷한 슬픈 미친 바보 같은 비명 소리를 들을 수 있어 다들 나와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일 테지 고작 그의 날개만 한 의지를 갖고 비상을 꿈꾼 것인지도
몰라 한숨으로 닦아낸 유리창만큼이나 투명하게 읽어낼 수 있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니 그것은 유리창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맑고 명확한 거울이었는지도
몰라 그러면 세상의 유리창마다에 가득한 나의 날개짓 비명 소리가 그냥 찢어져버리면 좋을지도 몰라 수족관 그저 끔찍하고도
행복했던 비밀 없는 생활이 너무 그리운 것인지도 몰라 푸른 바다거북 한 마리가 창밖 허공을 부유하며 나를 두드리고 있었는지도
몰라 내가 그를, 날개를
/1999.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