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니 스캘조 曲, 이창기 詞
The Way / Fastball
……서른세살의 여름, 그는 신문에 난 한 노부부의 실종 기사를 읽었다.
텍사스에 사는 릴라와 레이먼드 하워드 부부는 1997년 6월, 가까운 템플 시에서 열리는 개척자의 날 축제에 가려고 차를 몰았다. 그러나 이 노부부는 2주일이 지나 목적지로부터 북동쪽으로 수백 마일 떨어진 아칸소 주의 핫스프링스 국립공원 산기슭 아래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경찰은 남편 레이먼드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병력이 있고 아내 릴라는 알츠하이머 증세를 보였다는 점으로 미루어 두사람이 방향감각을 잃고 길을 헤매다 숨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길을 잘못 든데다 자동차까지 고장이 나자 차를 버리고 걷다가 쓰러져 숨졌다는 것이었다. 이 노부부의 아들은 자신이 축제장까지 모셔다드리겠다고 제안했지만 자신의 부모는 아직 건강하고 충분히 우리끼리 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도시를 순회하며 공연 여행을 하던 토니 스캘조는 스핑크스로부터 ‘이 노부부는 왜 실종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토니 스캘조는 하워드 부부가 길을 헤매다 숨진 것이 아니라 두사람이 처음 만났던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절로 돌아가려 했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황금빛 고속도로를 출구로 택했으며, 모든 것을 그대로 남겨둔 채 춥거나 배고프지 않고 병들지도 늙지도 않는 그곳으로 떠난 것이라고……
/낙담한 스핑크스를 위한 타이틀 곡, 이창기 (부분).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이 노랠 들었다면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창기의 시집에서 이 노랠 읽었고, 그래서 밴드와 사연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게 이 노래는 토니 스캘조가 곡을 쓰고 이창기가 가사를 붙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세기의 오이디푸스가 된 토니 스캘조가 내어놓은 (스핑크스를 죽음에 이르게 할) 멋진 답에 관해 그(이창기)는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리뷰/시를 썼다. 어딘지 트로트 가요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음악보다는 생각이, 가지 못한 길보다 그들이 간 길이 100배쯤 멋지게 보이는 곡에 대하여. 그(스캘조)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나름의 방식으로 ‘기정사실화’하였기에 내비게이션이나 GPS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ㅡ 스핑크스를 낙담시킨 이들의 답을 따르자면 ㅡ 결과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노래는 ‘변사’라는 허망한 결과를 넘어 전혀 다른 과정을 만들어내었다는 점에서 ‘마술적 리얼리즘’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스캘조의 이야기가 허황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둘 가운데 한 사람은 틀림없이 낯설 수 밖에 없는 부부와 어디서 본 듯한 그네의 아이들 ㅡ 옛 애인의 가족사진을 보는 느낌과 길을 잃고 실종되었다 세상을 떠난 노부부의 행로가 과거 또는 전혀 다른 세상에로의 멋진 여행이었다는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현실 너머의 이야기인지에 관해 답하기 어렵지 않은 당신이라면.
They made up their minds
And they started packing
They left before the sun came up that day
An exit to eternal summer slacking
But where were they going without ever
Knowing the way?
/The Way, Fastball(Tony Scalzo)
/2016.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