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표지의 중남미 여행안내서를 찾아 헤매었던 지난 새벽이었다. 시간이야 많다만 돈이 있나 용기가 있나. 지지리도 못난 것이 발로 뛰는 ‘지리상의 발견’은 형편이 못되어서 지도상의 발견이라도 해볼 참이었던지 아무튼 숱한 지명들이 머리속을 맴돌아서 못견딜 지경이었다. 한밤중에 그걸 봐서 뭘 하겠냐만 그 잠오는 베개 없으면 브라질이고 멕시코고 깡그리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기분이라니… Beyond the sea,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해상이 대척점이라던 희미한 기억 되살리며 밤새 침대를 팠다.
잠 잘오는 베개가 필요했었다.
낯익은 머리맡 이불일랑 젖혀두고
일어나 한밤을 서성여야 했었다.
딱딱하고 낯선 베개의 감촉,
겹겹으로 펼쳐지는 꿈을 갖고 싶었다.
빽빽한 글자들이 이국의 언어로 바뀔 때까지는
처음 보는 풍경마다에 내가 서 있을 때까지는
마냥 길을 잃고 헤매어야 했다.
책꽂이 칸칸마다 찾아 보았으나
노란색 중남미 여행안내서는 보이질 않았다.
잠 설치던 하얀 베개 꿈꾸던 푸른 베개
어디든 괜찮다 무엇이든 상관도 없다.
잠오는 노란 베개,
형형색색 꿈이 억수비로 쏟아지는 베개가 필요했었다.
정말 너가 필요했었다.
너를 내게 보내준 너가.
mister.yⓒmisterycase.com / 2002.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