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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 이야기

그 시를 썼던 게 1999년인지 2000년인지 모르겠 습니다. 찾아보면 확인할 수 있겠지만 아무튼 그 무렵이었습니다. 현재를, 심지어 미래까지도 어찌 못할 과거로 돌리며 이별을 이야기한 것이었지요.

생각해보니 그 시는 한 줄, 세  단어 정도로 줄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전혀 시적인 문장이 아닌 구어체의 밋밋한 서술이거나 주체하기 힘들어 뱉어낸 억지일 뿐이지만 내가 속으로 말했던 것이라고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 나는 그………………

그것을 썼을 때 나름 기뻤습니다. 이별의 시인데도 그랬지요. 나는 긴장했고 조금 자랑스러웠고 한편으론 두렵고 떨렸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시를 써서 좋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리고 시에 가장 직접적인 영감을 준 그녀는(시 속의 그녀를 이야기하는 것이 결단코 아닙니다) 어떤 누드 사진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불가사리가 어딘가에 붙어 있는 누드였지요. 나는 그게 떨어지는 것과 이별을 어떻게 연결시킬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두 줄을 쓰고 나니 더이상 쓸 말이 없어 그것으로 끝이 나고 말았지요. 우습고 의미없는 사족이지만(낡아빠진 중고차를 판매하는 이가 그 차의 원래 가격은 얼마였다고 말을 풀어놓는 것처럼요) 밝혀둬야 뭔가 온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연하지만 나는 여전히 ‘불가사리’를 ‘미스터리’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하곤 합니다. 그 의미가 ‘불가사의’에 이르러서는 더 절묘해지는데, 그 발음이 ‘불가사.이’가 되기 때문에 ‘mister.y’ 또는 ‘미스터.리’와 거의 같은 형식과 의미를 가집니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의 세계에서……

합당한 것인지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지만 내가 붙였던 제목은 “그리움”이었지요. 경문왕의 복두장이처럼 미다스의 이발사처럼 나는 외딴 곳으로 나아가 구덩이를 팠고 그 모든 사연을 묻었으나 지금도 갈대밭에서는 흐릿한 목소리로 비밀이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사는 달라진 적이 없는데 내것 아닌 노래는 매번 다른 의미로 들리곤 합니다. 말라 비틀어진 채 그대로 굳어버린 불가사리에게도요.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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