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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애인 찾기

*어떤 시/집에 부쳐

 

선생님, 그런데요 착한 애인이 없네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잘생기고 좀 모자란 도움이 필요한 남자니까 한번 봐주시구려. 아무리 뒤져봐도 착한 애인은 없다네가 없어요. 어중간한 늦여름 날씨에 도서관 안쪽 귀퉁이에 십분 너머를 쪼그리고 앉아 땀 범벅이 되도록 찾아 헤맸으나 그것만은 찾지 못했다오. 수십년 동안 보고 겪은 것 또한 비슷했다오. 책 집어들면 원하는 페이지 척척 펼쳐주는 도서관의 천사는 내게 없다오. 하지만 선생님, 한번 움직이시니 그 애인 마술처럼 금세 제 앞에 모습 보이네요. 作者가 없다고 하니 더 찾고 싶었던 그녀, 이젠 그 속살을 들여다봐요. 지금은 책 속에서 다른 한 줄을 찾아 헤매고 있지요. 아 내 얕은 눈을 또 다른 페이지가 가득 채우네요. 그 페이지만은 물기 가득한 거울이었지요. 그곳으로부터 고래 한 마리가 소리없이 튀어나왔습니다. 어느 날 문득 뭍으로 올라온 고래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나는 잠시 그 고래였으면 했더랬습니다. 미안해요. 죄송하지만 정말 그랬어요.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지 어떨지도 모를 고래의 눈이 한순간 촉촉해졌었지요. 그런데 인터넷 충동구매 하듯 가져온 몇몇 책은 ‘반품’하고 싶네요.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는 도서대출/반납 시스템 사용법을 배운 것은 조금 서글픈 소득이었어요. 내가 뭍으로 올라온 고래라는 걸 알았다는 건요.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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