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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림질하는 여인

그녀의 허리 아래에는 무엇인가 있는 것 같아 구겨진 삶을 힘없는 어깨로 펴보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아 늘어트린 그녀의 머리칼처럼 기운 없는 하루가 끝없이 이어져 있을 것만 같아
청색시대는 이미 저물어버렸을 그녀, 그녀에게 준비된 새로운 캔버스가 있다면 믿기 힘든 추상같은 현실일 것이야 사연 없어 사연 많은 고된 하루, 남달라서 할말 없을 지루한 삶이 끝이 없을 것만 같아
그녀의 다림판엔 아무래도 펴기 힘든 주름만 널려 있을지 몰라 그녀의 어두운 얼굴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가에 잔주름 가득할지도 몰라 그녀의 다림판엔 이미 다 태워버린, 너무 보드라운 그리움만 널브러져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녀의 허리 아래에는 무엇인가 환한 빛이 있는 것 같아 그녀의 배경이 그렇게 어두운 것, 그녀의 얼굴이 그렇게 어두운 것, 그토록 고개 숙인 것은 오직 그 때문임을, 그 때문임을
믿고
또 믿고
또 믿어야 할 것 같아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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