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요일과 관련하여 긴 세월에 걸쳐 소소한 글을 몇번 썼었고 몇해 전엔 거의 완결의 의미로 <이제사 밝혀지는 수요일의 진실>을 썼었다. 그런데 ‘웬즈데이 차일드’에 관한 또 한번의 반전이 있어서 원래 글을 그대로 옮기고 끝에 사족을 달았다.
‘Wednesday’s child is a child of woe.
Wednesday’s child cries alone, I know.
When you smiled, just for me you smiled,
For awhile I forgot I was Wednesday’s child.
소니 카세트의 라디오 밴드 불빛이 캄캄한 방의 한 벽을 환히 밝히던 시절, 전파상 유리문에 ‘라듸오’라는 글자가 촌스럽게 붙어 있던 시절 웬즈데이 차일드를 들었다. 첩보영화의 테마라고 했으나 그건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 살짝 신파조가 느껴지는 곡조며 가사가 심금을 울리던 그런 시절이었다. 트레몰로 느낌이 나는 연주까지도.
그리고 어느 날 내 음력 생일을 양력으로 환산해봤더니 19XX년 어느 여름날의 수요일이었다. 그래… 나는 그 노래 가사에 딱 어울리는 웬즈데이즈 차일드였구나. 피치 못할 운명처럼 “본 투 비 얼론”이라던. 그녀의 품에서만 웬즈데이즈 차일드임을 잠시 잊는다던. 그래서 수요일은 나름 내 삶의 어떤 상징 가운데 하나처럼 여겨지곤 했다.
웬즈데이즈 차일드가 테마곡으로 사용되었던 영화 제목 같은 “(퀼러) 메모랜덤”이 아니라 제멋대로 골라잡는 “미스터리 랜덤 메모리”였던 것일까. 몇 해 전 어느 날 수요일에 관한 어떤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그 생각의 끝이 어딘지를 확실히 집어내고 나니 여태 내가 왜 그 엄연한 사실을 거의 잊어버린 채 편한대로 생각하고 있었는지가 오히려 신기할 노릇이었다.
외가 동네에서 태어난 나는 외할아버지께서 그 다음 날을 생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셔서 그리 바꾸었던 것이고, 그것을 고려해서 계산해보니 실제로 내가 태어난 날은 화요일이었다. (양력으론 틀림없이 ‘쥴라이 모닝’이다.) 지금도 여전히 외조부께서 정하신 그 날을 생일로 하고 있으나 내가 태어난 날이 화요일인 것은 틀림없는 진실이다. 그저 스스로의 못난 심사 또는 그 참담한 결과물을 그렇게 갖다 붙이고 싶었던지도.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수요일에 태어나지도 않았고 아이도 아니건만 신성로마제국이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와도 별 관련이 없듯, 잉글리시 혼이 잉글리시와도 혼과도 별로 상관이 없는 오보에의 한 종류이듯(스티븐 제이 굴드, 다윈 이후 / 범양사) 그 날이 ‘스윗 튜즈데이 모닝’이든 아니든 어떤 이가 웬즈데이 차일드란 실없는 믿음 내지 현실은 딱히, 그리고 딱하게도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Now you’re gone, well I should have known,
I am Wednesday’s child, born to be alone.
/2013. 7. 11. 0:41 (“화이트룸”에서).
- 그런데 다시 한번 반전이 있었다. 모친에게 정확히 알아본 바, 내 기억과는 정반대로 본래 수요일이었는데 음력 생일을 그 다음 날이 아닌 하루 전으로 앞당겨서 바꾸었다는 것이다. 할아버지께서 외손자가 훗날에 겪을 ‘孤’와 ‘苦’를 헤아리셔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태어난 것은 틀림없는 수요일이라고 한다. 그 누구의 품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 한 줄처럼, “For a while I forgot I was Wednesday’s child.”였다. / 2016.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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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적인 의미에서나마 웬즈데이 차일드를 면하고자……
(어차피 음력으로 생일을 한다보니 제 날짜는 절대 아니다)
올해는 외할아버지께서 정해주신 날로 지낼 생각이다.
본래 웬즈데이 차일드였던거네요.
진실이란것이 이렇게 뒤죽박죽되어 버무려져 기억속에 혼합되어버리는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알던것은 아닌것이 되기도 하고 말이죠.
제 기억속의 일들이 실제일인지 지금도 궁금한것들이 많은데. 확인할길은 영영..
오늘 화이트룸을 복원해서 이 글의 원본을 찾을 수 있었네요.
존 배리와 배드 핑거가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이 글을 쓸 적에는 “화요일 生”으로 결론이 났었으니까 그랬지요.)
기억은 전혀 믿을 것이 못되고 그저 마음, 느낌 같은 것만 남는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