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팝송이란 걸 처음 들었을 때 내가 갖고 있던(사실은 내것도 아니었던) 단 하나의 카세트 테이프엔 ‘팔로마 블랑카’란 노래가 있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그 가사를 보며 즐거이 따라 불렀다. 하지만 봄날의 작은 새처럼 조잘대던 새하얀 비둘기는 너무 쉽게 날아가버렸고(88올림픽 성화대에서 한순간 사라져버린 비둘기들처럼!) When doves cry의 기타가 잠시 마음을 흔들고 <더 월>의 한 장면처럼 비둘기가 산산조각으로 흩어지는가 싶더니 꾸꾸루꾸 꾸꾸루……. 사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이의 노래처럼 이야기처럼 빨로마 네그라, 검은 비둘기가 내게로 날아왔다. 차벨라 바르가스와 프리다 칼로 ㅡ 내 것이 아니라 한들 아니 내 것이 아니기에 멋진 사진, 멋진 노래, 그리고 고난의 멋진 시절이었다. 철없는 비둘기는 서럽지만 즐거이 비에 젖고.
Paloma Negra / Chavela Varg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