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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詩

아버지는 술에 취한 채 부셔져라 기둥에 부딪혀 딸의 머리에 지워지지 않는 자국을 만들었지요. 딸은 누구에게도 아버지가 그랬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엄마 역시 늘상 무지막지하게 맞곤 했다지요. 아들 낳지 못한 죄로 설움 더 많았던 그녀는 딸을 향해 원망과 증오를 불태우며 또 그렇게 모질게 매질했더랬지요. 그녀가 어린 딸의 마음에 전해준 가장 오래된 기억도 바로 그것이었죠. 옥아… 아버지는 그러다가도 읍내 다녀오면 다정한 목소리로 딸을 불러 세우곤 했습니다. 두 손 펼치게 하고선 도매상에서 떼온 생과자 가운데 비싸고 맛나는 것들만 한가득 담아주었다네요. 수십년 가슴 속에 어떤 시간들은 암염처럼 굳어 있었겠지만 지금도 손 내밀던 그때가 잊히지 않는다는 그녀, 세상에 빛나고 설레이던 그 순간을 누가 알고 기억하고 옮길 수 있을까요. 마음 풀어진 어느 저녁 그녀에게서 내 귀로 들어온 촌스런 이름 하나가 온갖 사연을 머금은 시처럼 들렸습니다. 수십년 전 세상을 떠난 그녀 아버지가 한 줄을 썼고 작년에 눈을 감은 그녀의 어머니가 여전히 쓰린 한 줄을 덧대었죠. 나머지 구구절절 저려오는 행과 연은 모두가 한 사람의 것이었고 그것이 마침내 한 단어로 이루어져 낭송되던 짧은 시간을 나는 몰래 베끼고 베꼈습니다.

 

 

/2014. 6. 5.

 

 

무치

데.호따.무치

2 thoughts to “누군가의 詩”

  1. 이글을 봤을때 내 얘기인가 했어요.
    반은 나를 보는듯했어요. ^^
    나는 사라지지 않았으니 나의 이야기는 살아 있지요.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보인답니다.
    그것이 누군가의 이야기…

    1. 어떤 부분, 또는 어떤 느낌이 제트님의 이야기처럼 보였을까요……
      그녀의 기억속에 그래도 빛나는 한순간이 있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인데
      제대로 옮기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그 미안함으로 누군가의 시가 좀 더 다듬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의 기억을 위해서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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