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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lion miles from

하늘을 향한 트럼펫, 뺨으로 흘러내리는 땀……
크기 때문이었을까.​
검어서 더 휘황해 보였던 흑백 텔레비젼 속 금관악기의 번쩍임처럼
기억속 그 사진의 검은 부분은 보다 더 검었고 한참 더 강렬한 느낌이었다.​

​그 사람이 아주 좋았던 적은 없었다.
이것저것 구경꾼 마냥 조금 들어보았을 뿐, 음악에 대해서도 잘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연히 다시 본 사진으로부터 많은 기억들이 다시, 또다시 내게로 왔다.
아주 커다란 흑백 사진의 액자가 모퉁이 세워져 있던 방과
생각하면 들려오는 듯한 뮤트된 트럼펫 소리.

​알래스카 상공이었던가 모르겠다.
까마득한 저 아래 끝없이 펼쳐진 들판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고
어둠 속 아주 작은 불빛들이 꿈의 조각처럼 드문드문 보였다.
밤을 날아가는 비행기의 작은 창 아래로 보인 그 풍경들은
나로선 영영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도착했던 방이 이제는 그 천길 만길 아득했던
설원의 불빛과도 비할 수 없이 먼 곳이 되었다.
그 방을 생각하면, 그때 느꼈던 고적감이나
잠시도 참기 어려웠던 칼날 같은 추위에조차 온기가 느껴지곤 한다.
오래 전 그 방에서 사라진 포스터 대신,
사라져버린 방과 그 방의 주인 대신 소리는 남아 여전히 맴돌고 있다.

​아직 다 보내지 못한 텅 빈 세월이 먼저 만들어낸 소금의 기둥이었을까.​
쓸어담을 수도 꺼낼 수도 없는 지난 날의 느낌들을
기꺼이 고쳐가며 나는 하염없이 돌아보곤 한다.
닿지 못할 아득한 불빛들을, 그 가운데 오직 하나를.

 

 

 

 

/2016. 1. 4., 미음리을.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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