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말할 수 없는 그것 - 카르투슈에 둘러싸인 파라오의 신성한 이름처럼 섣불리 발음조차 할 수 없는 그것 텅 비어 있는 왕의 자리처럼 감히 묘사할 수 없는 그것
새벽 꿈길에 흔적 없이 왔다 가고, 폭풍처럼 한 순간에 나를 채우곤 했네 어떤 전통은 그것을 14행으로 노래하려 했고, 어느 나라에선 세 줄이거나 한 줄만으로도 충분하였다네
어떤 이의 이야기 속에서는 뭔지 모를 하나의 단어만으로도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꿈꾸었고, 다른 이는 300행에 달하는 재나두의 꿈을 끝내 옮겨 담지 못했네
그 속에 형상 없는 재료로 이루어진 유구한 사원이 있으나 진실한 믿음은 결단코 흔치 않은 법, 적어도 내 안에서는 흘러간 적 없는 옛 시인의 노래는 연인의 눈동자에서 그것을 본다고 했네
미다스의 이발사처럼 복두장이의 비밀처럼 주체할 수 없는 답답함을 내게 주는 그것 그 어떤 한적한 갈대밭도 찾지 못해 세상 많은 이들을 방황케 하는 그것
그대 있으니 나 또한 있고 그대 없으면 나도 또한 없음이라 말로 이루어진 사원을 꿈꾸었으나 有와 無를 모두 세우지 아니한다 했으니 쉽사리 발설했다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면서도 말하지 못해 형용할 수 없어 미칠 것 같은 바로 그것
/2010.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