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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못할 나의 금연기

: 그의 마지막 담배

 

사람들에게는 끊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마약, 도박, 음주, 연애, 인연, 담배 등등. 어떤 이는 그 가운데 하나에 그러하고 때로는 여러 가지 병을 한꺼번에 앓기도 한다. 

나는 이 가운데 어떤 것을 끊고자 시도한 적이 있다. 지독한 중독이었으나 별스레 특이한 방법을 택한 것도 아니었다. 어느 평범한 하루, 한껏 그것을 들이마신 채 나는 숨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내 심신에 모두 스며들기를 기다렸다.(그 시간이 얼마나 보잘것 없었는지 또는 길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말이지 그렇게 멈추어 있었으면 싶었다. 그 순간의 집중에 성공했기 때문에 중독을 끊었다고 믿는다면 그리 생각해도 좋다.

 

하늘 끝 길은 멀어 혼이 날아가기 힘들고
꿈속의 혼이 관산을 넘기 힘드니…
ㅡ 이백

 

담배의 경우는 또 그랬다. 하루 세갑을 피웠으며 그 사이의 꽤 긴 세월 동안 단 한번도 담배 끊을 생각 해본 적이 없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담배끊기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렇게 힘든 것은 아니었다. 

내 경험상 그것은 어떤 계기가 있는 날(새해 첫날이나 생일날 등등)에 시작하는 것이 좋고, 가능한 한 많은 곳에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이 사실을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다. 피우는 형태의 금연보조제도 상당한 도움이 되는데 그것은 맛이 너무 고약한 까닭이다. 나는 새해 첫날에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별하겠노라고 알렸고 그리고 그리 어렵지도 않게 그렇게 했다.

그 동안 비슷한 것과 가짜들과 엉뚱한 것들이 빈 자리를 차지하였고 어느 날엔가 중독은 내게로부터 사라졌다. 모든 것이 너무도 천천히, 그리고 아무런 뚜렷한 경계도 기약도 없이 시작되고 언제인지도 모르게 스르르 끝이 났기에 이별에는 날짜도 없었다. 
그리움 또한 비슷하게 끊기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이다. 나는 그들 가운데 하나를 끊어놓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왔다. 그들 가운데 몇몇을 싹둑싹둑 잘라내고도 또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다. 

끊기 어려운 것은 끊기 어려운 것이고, 새로 무엇인가 끊기 어려운 것을 마음에 담는 것도 역시 어려운 일이다. 금연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에 관해 이야기 했으나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담배끊은 인간과는 상종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움에 관해서는 어떤 격언이 합당한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의 마지막 담배
사라진 연기 내 안에 가득하여…
(이 링크는 지워져 노래를 들을 수 없다.)

 

 

/2006. 2. 7.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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