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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시온지……

누구시온지 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비루한 행색으로 아 이런, 오 저런 시답잖은 생각만 읊어대었습니다. 밤낮없이 낯 뜨거운 일이었어요. 시집은 어떤가요 장가도 못갔는데, 시시각각 독수공방 시나 읊어볼까요. 책 하나 만든다면 정말 좋겠는데 어디 더 보태어 책 잡힐 일 있나요. 누구 책 망할 일 있나요. 시시콜콜 웃을 일이 아닌데 그냥 웃고 말아야 겠어요. 당신도 이쯤에서 웃어주시고.

시샘도 가물 가물, 가물어서 이토록인가. 적당히 폼잡고 고개 끄덕이며 시인은 아무나 하나.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데 풍류는 고사하고 시류도 모르오니 정말이지 시인 못할 노릇이라는 건 시인해야 하겠군요. 아무렴, 그래야지요. 시인도 아니 되고 부인도 없다는데 천번 만번 꾸벅꾸벅 인가받기 힘든 빌어먹을 시인일랑 밤새도록 계속해야 하겠어요.

잘못한 것 많아서 시인합니다.
온갖 부끄러운 일로 모두 시인합니다.
죄스런 일 많다한들 깡그리 빠짐없이 시인합니다.
밝지도 편안하지도 즐겁지도 않았음에 시인합니다.
무조건 시인합니다.
그리움에 펼쳐보고 잘잘못에 새겨가던
저의 책임에 시인합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당신
속속들이 알 것만 같은 당신
대체 누구시온지, 누구의 시온지 부끄럽사오나
오늘의 험한 꼴을 박대 마소서.
이 남루 훨훨 털고
성장 차려 다시 뵐 날 기약합니다.

 

 

 

/2002. 3. 12.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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