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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마하 데스누다

열세 살 백과사전의 한 페이지 귀퉁이에 마야가 누워 있습니다. 어느 어린 봄날의 시험시간, 책상 사이로 길게 늘어선 그림자를 바라보다 아득해진 삶처럼 너무 작고 흐린 그림이 몹시도 안타까웠습니다. 태초의 숲에서 율리시즈의 고행까지 누구의 연인인들 어땠을까요. 옛 그리스의 꿈인양 비만이 풍만으로 보이던 환상, 얇은 그 옷을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라 마하 베스띠다, 지도와 영토 사이 흐릿한 한 지점을 하염없이 꿈꾸었습니다. 마야의 침대 위에 홀로 누웠습니다. 더 잃을 것도 없는 허망을 찾아 내가 간지럽힌 것은, 나를 그리 한 것은 어느 여인의 옆구리였을까요. 고야의 방을 채우던 검은 그림 너머 헐벗은 마음으론 분별치 못할 황홀한 나의 마야입니다.

 

 

2001. 9. 26.

 

+라 마하 데스누다 / 라 마하 베스띠다, 고야.
제목을 한글 발음으로 바꾸었고, 조금 고쳤다.  외래어 표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시절에 봤던 ‘그책’의 이름대로, 그리고 ‘幻’이라는 의미로 그녀의 이름을 마야라고 썼다. 인용이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하지만, 영토와 지도에 관한 생각은 카프라의 책에서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야란 지도를 영토로 착각하는 것이라고.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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