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너는 한살이었다
그때도 너는 奇蹟이었다*
65년의 새해라는 김수영의 시처럼 나는 기적이었다. 하지만 삼팔육은 내 고물창고에도 없다. 의사당과 방송국과 시민단체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삼팔육은 테라바이트의 비밀을 숨기고 산다. 사과탄 만큼이나 매캐한 눈물을 흘리고 사과탄보다 더 뽀얀 연기를 피운다. 삼팔육은 내 고물창고에도 없다. 내 보물창고에도 없다. 대공분실에도 지하벙커에도 이상한 이름의 공사들에도 대자보로 도배된 학생회관에도 없다. 이제 돌아가는 것은 징징대는 팬 뿐이기에 나는 삼팔육이 아니다. 00년을 맞이하여 공공연하게 빵빵하게 살아가는 몇 안되는 사람들만이 슈퍼 컴퓨터를 돌리며 어거지 삼팔육을 상기시킨다. 그 몇몇만이 삼십대 팔십학번 육십년대생의 이름을 가진 대표단수이다. 아주 많은 피가 아닌 약간의 피는 보상받을 수도 있기에, 작은 희생이 훈장일 수도 있기에 세상은 어느 정도 핏빛을 띠고 있을 뿐이다. 내가 A시대를 살았고 B유파에 속하며 C주의에 심취했다면 그건 별다른 뜻도 없는 것, 내가 X세대 흉내를 내었고, Y족처럼 지냈으며, Z너레이션이 되고자 했다면 모든 철자는 언제든 무엇이든 등식이 되는 공허한 방정식인 법이다. 시대의 중심에는 삼팔육명만 살지 않았고 피 마저 나이를 찾는 절호시절, 삼팔육명이 중심으로 살아 남았다. 대표단수는 단수를 올려가며 힘차게 희망차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하여 때는 바야흐로 65년의 새해,
그때 나는 한 살이었다
그때도 나는 奇蹟이었다
계속 판올림 하며 00년의 새해에도 나는.
2000. 6. 15.
*65년의 새해, 김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