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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카

ㅡ 금지곡을 위하여

 

달려, 불꽃이 날리기 시작했지
굉음이 터져야 할텐데 모기 소리 만큼도 들을 수 없었어
턴넬로 들어섰는데 바깥이 더 이상해 보였어
사실은 그 바깥이 정말 턴넬 같았지
난 시계가 고장난줄 알았어
계기판이 빙빙돌아 미친줄 알았지
그걸 좋아하니 너도 알 수 있을 걸
느끼고 싶어하니 너도 가고 싶을 걸
가로등이 휘어지면서
앞길이 옆으로 펼쳐지기 시작했어
물고기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느낌 알고나 있을지 몰라
어안렌즈가 장착된 카메라가 아닌 다음에야
볼 수나 있을지 몰라
아득히 멀리 바늘 귀같은 점이 보이는 순간
나는 거대한 흑점 안에 있었어
그 차가운 점 안에 있다고 느낀 순간 점은 사라져버렸어
달려, 있는 힘껏 달려
가슴이 벅차올라 고함을 질렀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나는 돌아올 때 역회전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
만약 따라간다면 요람까지
만약 좇아간다면 무덤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어
순찰차 경광등이 깜빡이는 순간이
천년이나 되는 줄 알았어
경관이 잽싸게 총을 뽑았지만 그건 정지화면이었지
경관이 부리나케 총을 쏘았지만 거북이 놀음이었어
그랬어, 난 너를 위해 그 총탄을 가져왔지
기어오는 총알을 잠시 기다리다 슬쩍 나꿔챈 것이야
꿈길 마저 온갖 이름의 수갑을 채우려 한다면
그나마 자유가 아니라면
달려, 목청이 터질만큼 고함지르며 달리고 싶어
힘줄이 끊어질만큼 지금 당장 달리고 싶어
아, 다시 한번 또 그렇게 해보고 싶어
너랑 같이 누워서
그 짓을 해보고 싶어

 

 

/1999. 8. 6.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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