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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듸오 1973

맑은 소리가 없던 시절입니다. 반쯤 망가진 미닫이문의 촘촘한 창살 사이로 덕지덕지 붙은 글자 ― 라듸오 수리.

총천연색, 완전입체음향 스테레오의 빛바랜 색상을 가진 포스터와 양판 표지였습니다. 망가진 꿈의 전파상, 그 글자의 한 획이 세월 따라 떨어져 라디오가 되었습니다.

맑은 소리로 가득한 시절입니다. 아득한 사이렌처럼 우주의 꿈을 좇는 탐색자의 소리처럼 정성 들여 찾아야 했던 주파수입니다. 이제는 자동 선국 ― 오토 튜닝으로 바뀐 지 오래, 그나마 듣는 이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쩌다 그리운 순간입니다.

엿장수 가위질처럼 다듬이질 장단처럼 부드러운 저음이 없던 시절입니다. 초봄의 온실 속에서 울려 퍼지던 나른한 라디오 음향이 가끔 나를 부릅니다. 표지가 달아나 버린 낡은 기억들, 세월 따라 한 획 두 획 떨어져간 추억은 어떻게 발음하고 선국하는 것일까요.

마우스로는 불러낼 수 없는 주소입니다. 잡음 속 희미한 소리로나마 잡히기만 한다면 최대출력으로 증폭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내 귀로 들어오기보다는 내가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갈 것입니다. 그러면 잡음은 음악처럼 나를 가득 채우겠지요.

맑고 깊은 고음이 가득했던 시절, 한 획 두 획 시간을 주워 담는 내 가슴도 따라 뛰고 있습니다.

 

 

/1999. 7. 17.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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