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uel Siste>, Pentangle
포크 음악이란 무엇일까요. 어릴 땐 막연히 70년대 청바지를 떠올리며 통기타나 어쿠스틱 악기들을 사용하는 음악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여길 것이며, 그것이 전혀 틀린 생각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이해하는 포크 음악이라는 것은 민요와 구전가요의 전통을 이어받은 음악입니다. 따라서 그것은 옛음악의 계승이나 재현, 또는 발전이라는 형태를 가지며, 자연스럽게 어쿠스틱 악기들을 사용하는 것일 것입니다. 또한 전자악기나 드럼을 사용한다고 해서 포크음악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 역시 편견이라고밖에 지적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포크음악은 ‘포크가수’로 불리우는 사람들에 의해 많은 오해와 왜곡을 불러일으켰음도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것이 반드시 나쁜 의미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라 해도 민요의 전통은 너무 많은 곳에서 ‘그대로 따라하기’이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외면당해 왔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경우라 다른 면들도 많겠지만 Pentangle은 바로 그런 점에서 민요의 본질을 잘 파악한 포크 그룹이라 하겠습니다. 저는 그들의 네 장의 앨범을 들었습니다만 어느 앨범에서나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한결같았습니다. Pentangle에 관한 그러한 느낌들은 Omie Wise를 처음 듣는 순간부터 내 머리 속에 박혀버렸습니다.
Spirogyra나 Magna Carta, Mellow Candle, Clannad 같은 포크 그룹들의 특출함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Pentangle처럼 철저하게 포크의 전통을 이어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Spirogyra는 흔히들 말하듯 art rock적인 성격이나 록큰롤의 분위기를 함께 갖고 있으며, Magna Carta는 팝적인 성향이 많습니다. Mellow Candle이나 Clannad는 켈틱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면서 뉴에이지적인 성향과 팝적인 성향을 가지다 보니 때로는 얄팍한 면들도 발견하게 됩니다. Fairport Convention은 비교적 Pentangle과 비슷하지만 보다 현대적인 느낌이지요. 그런 면에서 Pentangle은 가장 영국적인 포크 그룹인지도 모르겠습니다.
Cruel sister 앨범 또한 민요와 구전가요의 전통을 잘 반영한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타이틀곡 Cruel sister는 유럽의 동화에서 가끔 발견할 수 있는 ‘엽기적’인 대목을 포함하고 있지만 슬픔과 비장함의 확대를 위한 장치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벌어지는 자매간의 이야기를 그린 이 곡에서 언니(Cruel sister)는 욕심과 질투로 동생을 바다 구경 시켜준다며 데려가 물에 빠져 죽게 합니다. 두사람의 음유시인이 해변에서 그녀의 시신을 발견하고 (좀 끔찍합니다만) 그녀의 breast bone과 three locks of yellow hair로 하프를 만듭니다. 그 슬픈 악기를 가지고 그녀의 집으로 가니 하프가 혼자서 구성지게 울려댄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곡입니다. Pentangle판 공무도하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누군가 Cruel Sister 앨범에 관한 리뷰에서 타이틀곡 Cruel Sister를 듣는데는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는데 나는 내공이라는 건 손톱만큼도 없는 사람이지만 반복되는 리듬임에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단 네 줄의 노랫말(그것도 두줄은 늘 똑같은 것)을 조금씩 바꾸어 가며 같은 곡조가 무려 열아홉번이나 반복되지만 악기가 추가되면서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와 함께 가끔씩 등장하는 시타의 환상적이고도 미묘한 애드립이 그 지루함을 잊게 해주었습니다.
John Renbourn이 연주하는 시타는 이 곡에서 동양풍이 아닌 어쿠스틱 기타 스타일의 음계를 들려주는 것도 특이합니다. 더불어 Danny Thompson의 더블베이스는 단순하게 연주되면서 서러움을 더해주고 있으며, Terry Cox의 dulcitone(dulcimer의 변형?) 연주도 대단히 아름답게 들리는 노래입니다. 물론 Jacqui McShee의 보컬은 변함 없이 구성진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이 곡의 단순함과 지루함에 식상해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이들의 빼어난 악기 연주만으로도 충분히 즐겨 들을만한 Cruel Sister일 것입니다. 제가 들어보았던 Pentangle의 다른 앨범들에 비해 곡마다의 색채가 부족한 앨범이었지만, Cruel sister만으로도 나는 이 앨범을 가끔 듣게 될 것입니다.
그녀는 나의 자매 같은 느낌 – 하염없이 파도 속으로 잠기어 가던 breast-bone harp의 울림을 함께 나누며.
There lived a lady by the North Sea shore
(Lay the bent to the bonnie broom)
Two daughters were the babes she bore
(Fa la la la la la la la la la)
As one grew bright as in the sun
So coal black grew the elder one
A knight came riding to the lady’s door
He’d travelled far to be their wooer
He courted one with gloves and rings
But loved the other above all things
Oh sister will you go with me
To watch the ships sail on the sea?
She took her sister by the hand
And led her down to the North Sea strand
And as they stood on the windy shore
The dark girl threw her sister o’er
Sometimes she sank, sometimes she swam
Crying sister reach to me your hand
Oh sister, sister let me live
And all that’s mine I’ll surely give
It’s your own truelove that I’ll have and more
But thou shalt never come ashore
And there she floated like a swan
The salt sea bore her body on
Two minstrels walked along the strand
And saw the maiden float to land
They made a harp of her breast bone
Whose sound would melt a heart of stone
They took three locks of her yellow hair
And with them strung the harp so rare
They went into her father’s hall
To play the harp before them all
But as they laid it on a stone
The harp began to play alone
The first string sang a doleful sound
The bride her younger sister drowned
The second string as that they tried
In terror sits the black-haired bride
The third string sang beneath their bow
And surely now her tears will flow
/1999. 5. 10.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