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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기침 소리

페트로니아에게 : let’s do some living after we die.

 

 

서기 79년 피라무스와 페트로니아+의 다정한 빵가게였지.
폼페이의 작은 거리, 스타비아 목욕탕 앞 이름없는 조그만 빵집이었지.
이두정치가가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든 우린 마냥 행복했어.
7월의 선거에서 누가 행정관이 되든 우리의 삶은 달라질 게 없었지.
아셀리나의 특별한 술집엔 단 한번도 가질 않았지.
오리엔트 출신의 요염한 팔미라, 그리스에서 넘어온 사연 많은 아글라이,
유대 출신의 속 깊은 마리아,
변방에서 건너온 야성적인 즈미리나가 기다리고 있었건만
진실로 그들의 비법을 알고 싶진 않았어.
폴리비우스는 그들이 자신을 지지한다며 화를 내었지만
우리가 만드는 빵은 모두가 나눌 수 있는 것이었지.
검투시합 구경으로 당신 속을 썩였지만 오직 그것뿐이었지.
노새를 부리며 큰 맷돌로 밀을 빻았지.
그동안 당신의 노래는 나의 땀을 식혔어.
가룸과 우리가 만든 빵, 그리고 베수비오의 포도주로
포근한 저녁을 함께 했다네.
62년의 지진으로 친구들은 떠나버렸지만
우린 그 아픔을 딛고 행복한 꿈을 꾸었지
신비의 별장에 화려한 비의가 넘쳐났어도 우린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었어.
우아하고 고귀한 사비나 포파이아조차도 당신과 비할 수는 없었지.
베레쿤두스 같은 표백쟁이 부자가 우리의 꿈은 아니었지.
유쿤두스의 은행에 가져갈 돈은 별로 없었지만
잔돈을 교환하면서도 당신은 행복했지.
오직 하나 가슴 아픈 게 있었다면
일주일에 한번 당신이 베티우스의 약국에서 약을 타와야 하는 것이었어.
당신의 아픈 가슴만은 내가 고칠 수 없는 것이었지.
약 타러 가는 길에도 당신은 미소 지었고,
돌아오는 길에는 헤르쿨라니움에서 온 장님에게 1아스 동전을 쥐어 주었지.
그저 내가 기억하고 있는 건 79년 8월 24일.
황금의 나라가 흔들리고 있었어.
불덩이가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고, 화산재가 비처럼 세상을 뒤덮고 있었지.
여사제 에우마키아 조차도 살아날 순 없었어.
장례식에 참석했다 영원히 그곳을 빠져나올 수 없었고
大플리니우스 조차도 목숨을 보존할 순 없었지.
목숨이 경각이었건만 유쿤두스의 은행에선 사람들이 돈을 쓸어 담았고,
펠릭스의 집안에선 노예들이 허겁지겁 짐을 싸고 있었지.
하지만 우릴 태워다줄 배는 없었네.우린 갈 곳이 없었네.
당신과 나, 그 밖엔 아무것도 가져갈 게 없었지.
오직 쥬피터와 이시스 여신의 뜻을 따르는 수밖엔.
우린 마냥 손을 잡고 함께 있을 뿐이었네.
지금도 기억하는 건 목메인 당신의 기침소리 뿐.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든 여덟 조각의 빵처럼,
그렇게 갈라져버린 꿈이었지. 그렇게 굳어져버린 영원이었지.
하지만 그것은 베수비오산 포도주의 피같은 사랑이었어.
찰나가 석화된 영원한 포옹이었지.

 

 

1998. 12. 12.

 

 

+이후에 더 얻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재구성한다면 두 사람의 이름은 바뀌어야 했다.
‘피라무스’나 ‘칼부스’, ‘제니알리스’가 마땅해 보였다.
‘시적 진실’로서 “스타티아와 페트로니아”로 남겨둘 수도 있었지만
P로 시작하는 두 사람, “피라무스와 페트로니아”로 고쳤다.
물론 이 모든 이름들이 폼페이 빵가게 벽에 적혀 있었다.

 

 

무치

데.호따.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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