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신비, 그런 책에서 봤던 것인가 모르겠다. 어떤 풀벌레가 있었다. 그놈은 독이 없는데 독 있는 벌레와 거의 같은 무늬를 흉내내어 제 목숨을 보존하고자 했다. 뱀 가운데도 무늬만 독뱀을 흉내내는 비슷한 종류가 있었다. 어쩌면 게맛살도 비슷하고 예전엔 그냥 바나나 우유였던 바나나맛 우유도 그렇다. 또 어쩌면 소화제 치고는 너무도 거창한 이름을 지녔던 활명수나 이제는 유용성이 입증되지 않아 추억마저 뭉개버린 채 시판 금지 조치가 내려진 원기소도 그렇다. 개뿔…… 커다란 동물의 눈처럼 보이는 나비 날개의 문양에서 라면 포장지의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보이는 조리예까지 모두를 뒤섞어 놓은 듯한 뭔가가 동종 내지 아류들을 생각하며 잠시 끄적여보았는데 독이랍시고 있다 한들 제 속으로만 파고들 뿐, 끝내 날개 갖지 못할 어이없는 생명의 미스터리다.
/2017. 9. 8.